영어 한마디 못 했던 내가 말레이시아 영어학원에서 배운 것들
영어 한마디 못 했던 내가 말레이시아 영어학원에서 배운 것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인 1996년, 나는 처음으로 동남아시아 땅을 밟았다. 목적지는 말레이시아였다. 당시 이미 말레이시아에 정착해 있던 지인을 만나러 왔다가, 그분의 권유로 현지 영어학원에 등록하게 되었다. "여기 영어학원이 정말 좋아요. 한번 다녀봐요." 그 한마디가 나의 3개월간의 말레이시아 생활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1990년대 중반, 해외 어학연수라고 하면 대부분 미국·영국·호주를 떠올렸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비용 면에서 훨씬 합리적이었고, 영어가 공용어로 사용되는 나라이기도 했다. 영국 식민지 시대의 영향으로 영어 교육 수준이 높고, 학원 강사들의 발음도 깔끔한 편이었다.
지인이 추천해 준 영어학원은 현지 학생들이 대다수 였던이곳 었다. 외국인이라고 특별 대우받는 분위기가 아니라 현지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배우는 환경이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내게는 가장 큰 자산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기억하는데, 선생님이 미국인, 호주인 그리고 영국인 이렇게 3분이었고, 영어 학급반도 3개반으로 나뉘어 각 반에 학생수도 10명이내여서 이름을 모두 외우기에도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다. 학원이름이 랭귀지 하우스였고, 위치는 피제이 에스에스2에 위치해 있었는데, 여기에 머물다보니 어느새 그지역은 음식점 동네로 바뀌어 다른곳으로 이사했다고 들었다.
💡 당시 말레이시아 영어학원의 특징
• 영국식 영어 기반의 커리큘럼
• 현지 말레이인·중국계·인도계 학생들이 함께 수업
• 회화 중심의 실용 영어 교육
• 한국·일본 등 외국인 유학생도 소수 재학, 내가 있던곳은 쿠알라룸푸르 외곽이어서 그 당시에는 나 혼 자 외국인이었다.
📚 수업보다 더 값진 것 – 현지 친구들과의 일상
솔직히 말하면, 수업 자체보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이 나의 영어 실력을 더 많이 키워줬다. 처음에는 교실 구석에 조용히 앉아 선생님 말만 듣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로컬 친구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니까.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가 함께 어우러진 다민족 사회다. 학원 친구들도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는데, 각자의 문화적 배경을 이야기하면서 영어로 소통하는 것 자체가 살아있는 수업이었다. 그들은 내가 더듬거리는 영어로 말해도 절대 웃거나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천천히 기다려주고, 자연스럽게 올바른 표현으로 다시 말해주는 친절함이 있었다.
그당시의 미국인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있었던 하나의 우스꽝스러운 일화가 하나 있는데, 나에 관한것이었다. 한국에 있을때 그당시에는 영어 리스닝이라는게 정철 선생님의 영어 테이프 듣기가 최상의 도구였고, 아니면 미군TV AFKN을 틀어서 듣는것인데 그게 쉬운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각자의 미래 Career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선생님이 서두 설명을 하시고 반 학생들에게 질문을 이렇게 하셨다. "What is your career goal in future after you graduate in school?" 그런데, 나는 이 문장을 잘못듣고 이해해서 선생님에게 되묻기를 "Why are you talking about "Korean Girl" in this topic". 그러자 우리반 전체는 갑작스런 웃음이 터지고 미국인 선생님도 엄청 웃으셨다. 정말로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웃기는 한 장면이었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ㅎㅎ
🍜 점심시간이 기다려지던 이유 – 말레이시아 음식 문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강렬하게 남은 기억 중 하나는 단연 음식이다. 매일 점심시간이면 친구들과 함께 학원 근처 음식점이나 호커 센터(hawker centre)로 나갔다. 호커 센터는 말레이시아 특유의 야외 푸드 코트 같은 곳으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민족의 음식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처음에는 향신료 향이 강한 음식이 낯설었지만, 친구들이 하나하나 설명해주면서 먹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지고, 나중에는 즐겨 먹게 되었다. 특히 친구들이 "이거 꼭 먹어봐야 해!" 하고 추천해 준 음식들은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지금도 기억나는것은 "마일로 아이스"로 그당시 아주 시원하게 딸짝지근하게 매일 점심시간에 마신 기억이 난다. 가격도 그당시에는 엄청 저렴해서 어느곳은 30센트, 50센트였었다.
지금이야 마악에서 마일로 아이스를 시키면 아마 3.5링잇에서 5링잇 받는곳이 대부분일것이다.
나시 레막 (Nasi Lemak)
코코넛 밀크로 지은 밥에 삼발 소스, 멸치, 땅콩, 달걀을 곁들인 말레이시아 대표 국민 음식.
사테 (Satay)
꼬치에 꿴 닭고기나 소고기를 숯불에 구워 땅콩 소스와 함께 먹는 거리 음식.
락사 (Laksa)
코코넛 커리 국물에 쌀국수를 넣은 매콤한 국수 요리.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이 즐겨 먹는다.
차 쿠에 티아우 (Char Kway Teow)
넓적한 쌀국수를 간장, 새우, 숙주와 함께 강한 불에 볶아낸 중국계 말레이 음식.
떼 따릭 (Teh Tarik)
'당기는 차'라는 뜻의 밀크티. 두 컵 사이를 높이 부어 거품을 만드는 퍼포먼스가 인상적.
로티 차나이 (Roti Canai)
인도계 말레이시아인들의 납작 빵. 달(렌틸 카레)에 찍어 먹으면 고소함이 일품.
🌏 말레이시아 생활문화에서 배운 것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말레이시아는 내게 단순히 영어 실력 향상 이상의 것을 가르쳐 줬다. 다양한 민족이 한 나라 안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먹을 것을 나누는 것이 곧 환대"라는 그들의 문화가 깊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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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다양성 존중: 무슬림 친구들이 기도 시간을 지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식당에서 할랄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이 명확히 구분된다는 점을 배웠다.
- 언어의 혼합 문화: 말레이어, 영어, 중국어, 타밀어가 뒤섞인 독특한 환경. '라'와 같은 말레이식 영어(Manglish)도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금방 재밌어졌다.
- 환대의 문화: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도 음식을 권하고, 길을 알려주고, 친구가 되어주는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따뜻한 기질을 직접 체험했다.
- 열대 기후 적응: 연중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지만, 짧은 스콜(열대성 소나기)이 하루에도 여러 번 내려 하늘이 맑아지는 경험이 신기했다.
💬 그 3개월이 내게 남긴 것
처음 말레이시아 영어학원에 첫발을 디뎠을 때, 나는 영어로 자기소개조차 제대로 못 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3개월 후 한국으로 귀국할 때는 달랐다.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게 된 건 아니었지만, 두려움 없이 영어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 낯선 음식에 도전하는 용기, 그리고 언어는 완벽하지 않아도 진심이 통한다는 것. 말레이시아의 친구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 글을 마치며
1996년의 그 3개월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특별한 시간이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지금도 말레이시아 음식을 먹거나 말레이시아 관련 뉴스를 보면 그때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떠오른다. 그래서 다시 말레이시아로 와서 현재까지 오랜동안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언젠가 다시 그 지역에 가서 걸어보고 물론 지금은 없어진 그 식당근처에 가고싶다. 🌴

